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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린다는 감정은 사람에게 있어서 축복일까 불행일까? 식상하게 상황에 따라 다르지 않겠냐는 말을 답으로 밀고 싶다. 급한 서류를 기다리는 사람, 부모님의 수술을 기다리는 자식의 마음은 불행에 조금 가깝다고 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한 뒤 답을 기다리는 사람, 꿈에 그리던 유학이 결정 나 날짜를 기다리는 학생의 마음은 아마 행복에 조금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과 행복은 한 끝 차이이다. 급한 서류를 기다리는 사람이 결국 제 시간에 서류를 받았다면 그 기다림은 행복이다. 부모님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면 그 기다림 역시 행복한 결말을 위한 '불행의 과정'만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고백에 대한 답이 거절이라면 잠깐의 행복한 기다림은 '잔인한 결말'을 위한 선결 조건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경제적인 이유가 유학의 발목을 잡는다면 유학은 불행을 더 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어쩌면 행복하기 위해서는 불행이 필요하고 불행하기 때문에 행복이 올지도 모른다.

 
 책을 기다리는 것.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기다려본 적은 없다. 황석영에 미쳤을 때에는 그는 이미 내가 소화하기 버거울 만큼 많은 양의 책을 출간한 뒤였다. 김영하와 김연수가 내가 이해할만한 수준의 책만 쓴다는 착각에 빠졌을 때, 책 몇 권 읽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 그들의 신간은 우선순위에서 제외되곤 하였다. (물론 나의 오만을 깨달았을 때는 작가들이 더 멋있어 보였고,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다.) 그러던 내가 요즘 책을 기다린다. 지식 e를 기다린다. 인터넷 서점에 들어와서 언제쯤 출간되는지를 살펴보고, 아쉬움에 1권을 다시 훌 터보고 4권을 뒤적거린다. 이거야 말로 행복인지 불행인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읽는 순간만큼은 기다림이 긴 만큼 행복하다..

   

 

1권을 읽었을 때 벅찬 감동.

2권을 읽었을 때 이해한 가슴으로 읽는 지식이라는 문구.

3권을 읽었을 때 생긴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책이라는 믿음.

4권을 읽었을 때 제외된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겠다는 다짐.

5권을 읽었을 때 인권 상실에 시대에서 나약하게 안주하는 나를 발견.

 

지식 e는 그렇게 나에게 깨달음을 주웠다. 과연 내가 무엇을 향해 살고 있으며, 그것에는 가치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인지에 대해서. 네가 원하는 인간상이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에 안주한 한국적 성공을 지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소외된 것들, 무시당하는 것들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알고 있고, 그들을 그냥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지식 e는 항상 나에게 물었고, 나를 질타했고,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5권은 인간과 인생이라는 중심소재로 경제와 경쟁의 논리로 짓밟히고 있는 인권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인권을 위해 살아갔던 많은 사람의 역사적 이야기에, 현재 우리나라에 그와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형식을 취했다. 1~4권이 한 에피소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으로 한가지 주제를 마무리한 스타일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시도이며 좀 더 현실적이고 생동감이 느껴지는 책의 구성이다.

 책의 구성이 달라져도 지식 e 시리즈가 전해주는 감동의 폭은 항상 최상급이다.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라는 명제아래 펼쳐지는 스무 가지의 에피소드와 인터뷰에는 모두가 시대의 관념이라는 통속아래에서 고된 여정을 이겨낸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 모습 속에서 잘 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부끄러움,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옮기는 나에 대한 안도감, 주변 상황을 너무 모르고 있는 나에 대한 한심함 등 만감이 교차한다.

 

우리에게 언제까지 먹고 사는 문제가 최고의 가치가 되어야 할까?

우리 아버지는 배부른 소리하지 말라며 내 머리를 때릴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초라한 역에서 박스로 바람막이를 삼는 노숙자에게는 분노를 살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노숙자는 모른다.

아버지가 평생을 먹고 사는 문제만 고민한 것이 잘못된 제도 때문이라는 사실을.

노숙자가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부당한 현실이라는 사실을.

바꾸고 싶은데, 열정만으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공부의 신에서 김수로의 대사가 생각이 난다.

억울하고 분하면 네가 룰을 만드는 사람이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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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1 23:17 2010/02/11 23:17
BooK ReVieW. l 2010/02/1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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