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9/07 자성을 통한 발전의 모색. (2)
  2. 2009/08/28 인동초
  3. 2009/06/06 노무현이 남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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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게는 참 '매력적인 도전'이다. 또 그런 책을 읽고 이렇게 '나만의 텍스트'로 정리하고자 하는 것은 글쟁이를 향한 나의 열망임과 동시에 그 의지를 꺾는 시련이기도 하다. 사실 맨날 공학용 계산기만 뚜드리는 '예비 엔지니어'인 나에게 인문서는 항상 버겁다. 용어가 버겁기도 하고 주제가 낯설기도 하고 아예 글 자체가 잠을 부르기도 한다. 이번에 소개할 전환의 모색이라는 책도 구매한지 근 1년이 넘어가지만 아직 완독 하지 못했고 최근에야 책정리를 하다가 귀감이 될 만한 부분이 있어 간만에 용기내어 키보드를 두드린다.

    

                                        



우선 책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제목에서도 책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듯이 우리 사회의 현 주소를 중요분야에서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담화형식의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유는 생생한 느낌이 바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담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책의 내용이 다소 나에겐 어렵긴 했지만 그나마 담화 형식의 구성을 취함으로 따분함을 좀 덜 느꼈다. 총 4분의 선생님의 다 좋은 말씀을 해주셨지만 가장  고개를 많이 끄덕이며 봤던 부분의 최장집 선생님의 '민주주의의 민주화'이다.

최장집 선생님의 책을 읽어 본적은 없지만 '민주주의의 민주화'나 '어떤 민주주의인가' 같은 경우는 굉장히 유명하기 때문에 선생님의 이름을 들어보긴 자주 들어봤다. 처음에는 선생님의 말씀이 이해가 가지않아 읽고 또 읽기를 반복했다. 선생님의 부분을 다 읽고 난 뒤에 느낌은 '나름 짝퉁 진보'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큰 돌에 맞아서 멍해진 기분이였다.
                           


피지에서 한국일보 강희경 사회부 기자님이 했던 말도 생각이 났다. '진보는 너무 무식하다...낡았다.' 진보가 낡았다니?? 나 그 때에는 기자님의 말을 이해하기도 인정하기도 싫었다. 아니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 옳다. 최장집 선생님의 말은 강희경 기자님의 말에 대한 답 정도가 될 것 같다. 너네가 왜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지. 그리고 너네의 치명적인 결점이 무엇인지를 이 옅은 지식으로는 반박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서 선생님은 담화를 펼쳐나간다. 먼저 민주주의의 이상과 현실에 대한 담화가 시작된다. 선생님은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 비판했다. 민주주의가 마치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사람들이 취급하지만 실제로 민주주의 자체는 권력을 창출하는 하나의 '시스템'에 불과하고 큰 단체건 작은 단체건 '무조건 선거'로 대표를 뽑는 것 또한 잘 못된 것임을 지적한다. (선거로 소비되는 사회적 비용관점에서 말한것으로 이해했다.) 민주주의를 통하면 '권력의 제어'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악용되었을때 '권위주의'보다 더 심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이번 정권에서 이 말이 딱 드러 맞는 듯 하다.)

             


또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30년의 권위주의 바탕에서 만들어 졌기때문에 격렬한 민주화 이후에서 다시 제도적인 측면을 제외하면 정부의 구성이나 사회적 분위기는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않았다는 것을 지적하셨다.  (1987년 6월 항쟁이 후 대통령선거에서 다시 군부 출신이 노태우가 정권을 잡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민주화는 지식인 계층, 적어도 사회 중산층 이상의, 즉 민주화의 주최가 '좀 살고 좀 아는 놈들' 위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소위 '운동권 세력'의 정부가 구성되어도 '신 자유주의 경제정책'을 고수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설명하셨다. (노무현 정부의 좌파 신 자유주의가 가장 좋은 예이다.)

그 다음으로 언급한 것이 노동권의 분열인데 이것은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가속되면서 노동자에게도 계급이 생기면서 '대표적 진보'로 볼 수 있는 노동자들간에도 간극이 발생하는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나의 경우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정규직 노동자의 '이해관계'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사이에서 많은 갈등이 유발된다고 설명하였다. (대표적인 진보정당이였던 민주노동당의 일부가 진보신당을 창당한 것이 좋은 사례이다.) 또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이기때문에 한미 FTA와 같이 노동계가 힘을 합쳐야할때에도 농민들은 반대의 편에 섰지만 자동차 전자 관련 노동자들은 FTA에 찬성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버러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결책으로 합리적인 노동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에서 만들어 줘야하고 노동자들 스스로도 서로간의 대타협을 통해 힘을 한 곳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선생님은 말한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한국의 문제점을 여러가지 지적해 주셨는데 그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이 '감성적 접근의 문제성'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평양가고 이산가족이 얼싸 안고 서로 눈물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린 한민족이니까의 어이없는 논리로 내일이라도 당장 통일이 가능한 것처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서독의 경우에는 통일 이전에 동독의 대한 처우와 국제 관계에 대한 사회적인 대 타협을 이룬뒤에 아주 치밀하게 통일을 실행해도 엄청난 시행착오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 그리고 동 서독 국민들간의 이질감으로 고난을 겪었다. 우리나라가 북한을 '여성의 땅'으로 취급하면 끌고 가야할 대상, 불쌍한 국가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통일의 독이 되기 때문에 선생님은 '그럴꺼면 차라리 하지말자'라는 표현을 쓴다. 서독과 동독이 통일할 당시 동독의 화폐가치를 서독의 화폐가치와 동등할게 책정할만큼 서로의 국민에 대한 범국가적인 '동등의식'이 없으면 통일은 우리에게 악재이지 호재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꾸역꾸역 선생님의 말을 나름의 내 언어로 표현하려고 했지만 정말 쓰고나니 어이없는 글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이 정도의 인간이고 이 정도의 글 재주 밖에 가지지 못했다. (최대 강령과 최소 강령에 대한 글도 쓰고 싶었는데 힘들어서 도저히 표현하지 못하겠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자신의 허물을 살펴보기전에 남의 허물을 먼저 들추고 욕한다. 나란 인간도 대대분의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사실 나, 우리의 처지도 그렇게 다르지않다. 내 생각은 이거다. 서로의 잘못된 것을 알지만 아무것도 하지않는 사람은 참.....그냥 사람이고 남을 먼저 고치려하는 사람은 이기적인 인간이고 자신을 먼저 고치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다. 사실 자신의 잘못된 점을 알아내는 것도 이렇게 힘든 일이다. 책은 매번 나를 변화시켰다. 안주하지않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뜨거운 피를 가진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이번에도 나는 변했다.
자성하는 사람으로 그리고 자성을 통해 발전을 모색하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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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7 00:23 2009/09/07 00:23
BooK ReVieW. l 2009/09/0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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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에서 세 개비의 성냥에 불을 붙인다.
첫번째 성냥은 너의 얼굴을 보려고
두번째 성냥은 너의 두 눈을 보려고
마지막 성녕은 너의 입을 보려고
그리고 오는 송두리째의 어둠을
너를 내 품에 안고 그 모두를 기억하기 위해서

(자끄 프레베르, 밤의 파리)
공지영의 '도가니'를 읽고




성냥을 켜서 '어두운 곳'을 밝혔던 분.
독재의 암흑 속에서 누구보다도
국민의
'자유를 향한 진심어린 표정'
'불의에 저항하여 타오르는 눈'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토해내는 입'
을 저버리지 않았던 분.
기억하고 지켜주셨던 분.
그리고 행동하는 양심을 몸소 보여주셨던 분.


IMF의 경제 어둠 속에서
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 더 빨리 국민들을
어둠 속에서 구출하신 분.
항상 서민경제를 강조하셨던 분.



남북관계를 누구보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셨던 분.
남북화해가 민족의 평생의 염원임을 잊지 않으셨고
그 염원이 '더 이상 염원이 아닌 현실'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셨던 분.
한국인 최초로 노벨상을 타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셨던 분.

인동초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역행하는 이 시대에 우리만 덩그러니 남기고 떠난 당신.
조금은 원망스럽고 '남은 반쪽'으로 버티신다고
고생하셨습니다.
어두웠던 대한민국의 현대사에 당신은 꺼지지 않는
꺼질 수 없었던 '희망의 불빛'이 였습니다.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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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8 00:42 2009/08/28 00:42
RaTioNaL SkeTch. l 2009/08/28 00:42

시험기간이라 최대한 마음을 추스르려 해도 아직 그것이 잘되지는 않는다. 나도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살아야지. 닥친 현실에 급급해 또 세상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다. 나도 그냥 한날인간이다. 간 사람은 간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산 사람이다. 그래도 가신 분이 남긴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본 기사라서 이렇게 또 로쟈님의 글을 옮겨온다. 그분이 남긴 뜻을 지켜야 하는데... 역시 그 중에서도 몇 개는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 '민주주의 하고 싶을 걸 못할 수 있다는 걸 배우는 거다.' 라는 그 말이 참 인상적이다. 정치가 궁금하다며 나에게 물어보는 친구가 생겼다. 진짜 친한 친구에겐 말하지 말아야 하는데...세상은 이 더 더럽고 고통스럽고 복잡해 보일 텐데...이제 와서 20분간의 짧은 담소를 후회하는 나는 찌질이다. 

 

한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국민장이 치러지는 기간이었고, 애도와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게다가 개인적으론 몇 편의 원고를 억지로라도 써야 했던 한주였다. 주말이라고 한숨 돌릴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감정은 추스리고 기력은 다시 곧추세워야 할 시간이다(요즘은 피로도 만성적이 돼가는 듯하다). 넋을 놓고 있기엔 다급한 일들이 너무 많고 고인의 뜻을 계승하는 일도 앉아서 되는 일은 아닐 것이기에. 주말이면 북리뷰 기사들을 정리해서 올려놓곤 했는데, 이 주에는 휴업해도 좋을 정도다(개인적으론 두어 권 정도만 관심도서로 머릿속에 입력해놓았다). 대신에 향후의 과제를 짚어보는 기사와 칼럼을 하나씩 스크랩해놓는다(한겨레21의 특집기사 가운데 '시스템의 노무현 죽이기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25023.html' 등도 참조).    

경향신문(09. 05. 30) 민주주의 완성·국민 통합 ‘노무현이 남긴 꿈’ 

‘그’는 떠났고, 이제 ‘우리’가 남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는 29일 그가 떠남으로써 우리 안에서 부활했고, 그 꿈은 미완인 채로 ‘산 자’들의 어깨에 남겨졌다.‘바보 노무현’이 남긴 과제는 무엇인가. 이는 결국 ‘민주주의의 완성’과 ‘국민 통합’으로 요약된다. 인권·민주화를 가치로 평생 권위주의와 지역의 벽에 맞서고 ‘균형 발전’을 꿈꿨던 ‘노무현 정치’의 궤적 때문이다. ‘함께 잘사는 세상’이란 어릴 적 출발점부터 대통령 퇴임 후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희구까지 ‘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이다.

◇필생의 신념 ‘민주주의’
노 전 대통령이 생의 마지막까지 고민한 화두는 ‘민주주의’였다. 퇴임 후 참모·학자들과 함께 공동연구를 위해 만든 인터넷 카페는 그 고민을 모색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여기서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가는 것 같다. 결국 세상을 바꾸자면 국민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진보의 미래’를 모색하는 작업을 했다. 퇴임 후 그가 믿었던 인권과 탈권위주의의 ‘정치 개혁’이 허물어지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우향우’ 현상에 대한 고뇌가 배경이다.

국민에게 돌려준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독립성은 다시 흔들리고, 참여정부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된 정경유착과 권위주의 청산도 여전히 허약하다. “우리는 역사가 돈의 편이 아니라 사람의 편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 길을 가는 것”이라던 사회적 약자의 정치·경제적 ‘인권’에 대한 가치도 부정당하고 있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계승해야 할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은 세 가지”라며 “인권, 민주주의, 사회적 약자 보호다. 이는 다름아닌 민주화 시대의 가치고 여전히 미완”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법은 그가 늘 “새 시대의 맏형”이고 싶었던 것처럼 ‘대결과 대립의 민주주의’가 아닌 대화와 타협의 ‘협치의 민주주의’였다. “민주주의는 내 뜻을 관철하는 방법이 아니라 내 맘대로 못하는 걸 배우는 것, 내 마음에 다 들지 않지만, 그러나 일보 진전했다는 걸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을 배워나가는 과정”(2006년 4월3일 제주특별자치도 보고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South Korean opposition lawmaker Baek Won-woo (R) is blocked by security guards

◇필생의 과업 ‘국민 통합’
대통령 재임 동안 그가 심혈을 기울인 과업은 정치개혁과 함께 국민통합이었다. “격차는 갈등을 불러오고 갈등은 분열과 대립으로 이어진다. 분열한 역사는 모두 망하거나 엄청난 불행을 초래했다”(2005년 3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는 인식이 출발점이다.

이는 네 차례나 낙선하면서도 끊임없이 부산에서 영·호남 지역주의에 도전한 것처럼 ‘지역주의 타파’와 이를 위한 ‘균형 발전’, ‘남북 평화’에 대한 희원으로 표출됐다. 또 ‘외국인정책기본법’ 제정 등 “우리나라 국민이 아닌 사람에 대해 인권을 존중하고 이를 확대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진보”(2006년 5월 외국인정책회의)라는 지역·계층·성별·세대·인종을 넘어선 통합과 공존에 대한 바람이었다.

경기대 손혁재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지역대결 구도의 화두를 가장 붙잡고 싸운 분”이라며 “흡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지만 분권과 균형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과거청산 작업을 시작한 것도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보수진영의 전원책 변호사는 “우리사회에서 이념·정책을 달리하는 측에서 우선 상대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까지 이야기했지만 문민정부 이후 4기 동안 내내 상대를 존중하지 않았다. 원인은 패거리 정치”라며 우리사회의 소통 노력과 파당적 정치의 혁신을 주문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우리사회가 변화해야 하고, 사회적 변화는 이성적 과정이어야 한다”면서 “슬픔에서 벗어나 내 박탈감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고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제도권에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시민이성’과 ‘시민권력’의 성장을 당부했다.

경희대 도정일 명예교수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칙을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고서는 한 사회는 언제든 무너진다”면서 권력기관 중립화 등 제도적·법률적 개혁의 복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중앙대 강내희 교수는 “지금의 신자유주의 흐름을 종식시키고, 그 흐름에 사람들이 동참하도록 하는 게 노무현 정부가 못다 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유지를 강조했다.(김광호·송윤경기자)    

한겨레(09. 05. 30) 문명사회는 아직 멀었다

마음이 몹시 아프다.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아무것도 못할 지경이 되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기는 선물로 받은 시계를 수사가 시작될 때 버렸다는 참으로 치욕스러운 얘기까지 나오는 것을 보고 나는 자존심 강한 사람이 저 모욕을 어떻게 견딜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아무리 꺾어버리고 싶은 정적(政敵)이라도 그렇지 자신의 전임자에게 이런 모질고 야만적인 공격을 해댄다는 게 과연 문명한 사회에서 가능한 일인가.

결국, 우리 사회가 문명사회로부터 멀다는 얘기인 것이다. 지금 이 나라는 적어도 인간사회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절과 법도마저 무너져버린 것이 분명하다. 하여튼 이 사회가 정말로 정신적으로, 문화적으로 성숙한 사회라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 리가 만무하다. 우리는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살고 있음이 확실하다.

노일전쟁 때의 일화다. 노일전쟁의 영웅으로 지금도 일본인들이 기리는 육군대장 노기 마레스케는 자신의 두 아들을 포함한 수많은 병사의 희생 끝에 여순 함락에 성공했을 때, 러시아군 지휘관 스테셀의 항복을 받는 자리에서 적장(敵將)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지극히 공손한 자세로 대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패장이 무장해제를 당하지 않고 회담장에 들어오도록 배려했고, 러시아군의 용기와 전술의 훌륭함을 아낌없이 칭송했다. 게다가 본국으로 돌아간 스테셀 장군이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자, 노기 대장은 파리 주재 일본 무관을 통해 스테셀 구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전쟁이라는 절체절명의 엄혹한 상황에서, 게다가 자신의 아들들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상대에 대한 예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이런 정신적 기율이야말로 인간을 드높이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리고 이것은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친 인문적 교양과 문화적 축적의 결과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균형감각 역시 그러한 축적 없이는 불가능한 자질이다. 지금 특히 평범한 사람들이 친근감을 느꼈던 전직 대통령의 비상한 죽음을 깊이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하여 그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말과 글들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책임 있는 지식인들에 의한 공식적인 추도문은 공정하고 균형 잡힌 것이어야 한다. 아무리 고인에 대한 추모의 감정이 간절할지라도 사사로운 개인이 아니라, 공적 인물에 대한 추도문이라면 충분한 예를 갖추되 그 생애와 업적에 대한 묘사는 엄정한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A hearse, second from top, containing the body of former South Korean President Roh Moo-hyun

사실 공적 인간의 죽음을 기록하는 방식은 그 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가리키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서구 선진사회의 언론들이 주요 인물의 부음을 전할 때 거의 반드시 짧지 않은 추도문을 게재하여 그 인물에 대한 때로는 냉정하기까지 한 평가를 기술하는 것은 공적 공간에서의 인간 행동이 갖는 의미의 무거움을 깊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노무현과 그의 이상은 여러모로 매력적이고 찬탄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의 정치지도자로서 그는 좀더 신중하고 지혜로워졌어야 할 대목이 많았다. “대통령 하기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거나 “권력이 국가에서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발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본심이야 어쨌든 그는 서툴고 경솔한 일처리 방식으로, 아마도 역사상 최악의 정권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큰 정권의 탄생에 기여했고, 그 때문에 마침내 자신도 희생되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09. 05. 30.

P.S. 기사에서 '시민이성’과 ‘시민권력’의 성장이 요청된다는 대목, 칼럼에서 '인문적 교양'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다('국민통합'은 선결과제들의 해결 이후에나 가능할 일이다). 하루 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 무거운 발걸음이지만 더 바삐 움직일 때다...


꼭 좋은 곳에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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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6 22:57 2009/06/06 22:57
SoCial ReaDiNg. l 2009/06/0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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