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운명'이라던가 '세상일은 정해져 있다'라는 말을 되도록 믿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래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왠지 정해진 것도 있을 법하다.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읽어 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 주변에서 책에 대한 칭찬이 들리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전화를 해 반찬을 부쳤다고 말씀하셨다. 집에서 책을 읽는 동안 어머니께서 보내 주신 반찬은 도착하였고, 책에 가장 슬픈 장면에서 난 배가 고파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머니가 그리워졌다. 그리움에 맘이 고프고 목이 말랐다. 밥을 했다. 어머니의 반찬을 꺼내서 최대한 '어머니표 집 밥'에 가까운 형태로 밥상을 꾸렸다. 3일은 굶은 사람처럼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그리움을 채우려고 했는데 위 속에 밥이 차 듯이 그리움은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세상 모든 성인들에게 아마 '어머니'만큼 애틋한 단어가 있을까? 하지만 너무 애틋하기 때문에 무감각한 단어 또한 '어머니'가 아닌가 싶다.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어머니는 모두에게 '공기'와 같은 존재이다. 어머니는 내가 태어날때 부터 나에게 있던 존재이고 지금까지 있었고 대부분은 없어질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군대에 입대 했을때는 어머니가 보고싶고 나가면 효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전역한지 꽤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입대 전과 별 다를 것이 없다.
책을 읽은 뒤 가장 먼저했던 생각은 '만약에....어머니가 내 옆에서 사라진다면....'이다. 나는 한번도 그런 상상을 해보지 못했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책과 거의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체험담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기 때문에 정말 리얼리즘이 뛰어났다. 신경숙 작가의 작품들은 굉장히 현실적인 면이 많이 부각된다. 역시 글쟁이에게는 '풍부한 경험'이 '가장 좋은 밑천'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어쨋든 나와 가족들은 서로의 탓을 하며 싸울 것이다. 그러고는 미친 듯이 찾을 것이다. 그 다음 죄책감을 안고 살아 갈 것이며 결국 어머니가 좋은 곳에 가길 바랄 것이다. 많은 독자들은 찾을 듯 찾을 듯 찾지 못하는 소설의 이야기적 흐름에 애가 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너'로 표현되는 작가 자신, 넓은 의미에서는 모든 독자들에게 자기 반성을 불러 일으키는 '책망의 문체'가 너무 적절했다. 조금은 비정하고 냉정해 보일 수도 있는 비판을 자조적인 스타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감에 따라 독자들은 의례 아들로서, 딸로서, 남편으로서의 자신이 잘못했던 비슷한 상황을 회상하며 후회하기도 하고 옛 생각에 잠시 책을 내려놓았을 법도하다. 나 역시도 어머니의 실제 이름을 되새겨 보았고 정말 우리 어머니의 꿈은 뭐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고, 어머니의 소원인 '의사 아들'이 되지 못한 것을 오랜만에 다시금 후회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신경숙이라는 작가를 재발견 한 점도 좋았다. 그의 작품은 '외딴방'을 유일하게 다 읽었었고 '리진'은 도중에 포기를 하였다. 특히 외딴방의 경우 그녀의 문체를 도저히 종 잡을 수 없었기때문에, 또 ~~~라고 했다.고, 라는 표현법이 너무 맘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신경숙 작가의 글은 '문체'가 아닌 '흐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신간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작가가 또 한명 늘었다.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오이 짱아찌를 먹고 있었다. 또 이 책이 떠 올랐고 내용이 생각이 났다. 우리 어머니도 집안일이 좋아서 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과가 끝나고 지친 몸에도 불구하고 반찬을 해서 행여나 상할까봐 일일특급으로 보내주시는 것은 음식 만드는 것이 좋아서가 아니라. 자식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어머니의 반찬'을 먹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을 먹는 것이다. 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먹었는데, 너는 항상 어머니의 사랑을 먹는데, 우리는 과연 어머니라는 존재에게 '진정한 사랑'을 얼마나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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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감동 + 나도 생각에 잠기는 중,,
2009/12/14 02:06저 아시는 분 같은데...
공감가는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죠.
근데 가족이야기나 부모님 이야기는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내용이 다르고 세세한 상황은 다르더라도 결국 마지막에 느끼는 어머니나 가족에 대한 감동은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세월이 지나도 가족사나 부모님을 주제로 다룬 글이나 이야기는 인기가 없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