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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03 부끄러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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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우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 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우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시작되는 스물다섯

이다운



시작되는 스물다섯.

중년이라는 단어가 아직 실감나지않는 나이.
하지만 벌써 세상에 염증을 느껴버린 나.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때
적어도 '다른 세상'은 존재할 수 있다는 열정이 강했을때
나를 둘러싼 세상의 모든 일이 궁금했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잘된 것은 잘되었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시작되는 스물다섯.
뉴스를 보지않고, 신문을 읽지않고,
버스에서 라디오 뉴스를 듣게 될까바
옆사람의 미간을 찌푸릴 음량의 이어폰을 착용하는 나이.
'생각하는 것'이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부끄러움이 되어버린 세상.
예전의 열정이 살아날까 두려워
나는 끓어오름을 숨기고
나를 뜨겁게 했던 것들을 피한다.

시작되는 스물다섯.
아직 '차가운 곳'이 많은 세상을 둘러보기 시작한 나이.
누군가를 비난해서
누군가의 잘못을 알리고 고칠 것을 촉구해서
세상이 변하지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나부터 변화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작되는 스물다섯.
고3때 나의 책상 한쪽 벽을 채웠던 시를 다시 찾아본 나이.
그때엔 시를 보며 변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지만
지금은 변하고 있는 나를 보며 한탄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변하는 것은 용서 할수 있지만 포기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나를 둘러싼 세상이 '틀리거나 혹 잘못된 세상'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분명 좀 더 나은 '다른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는 말자.

내일부터는 이어폰의 음량을 좀 낮춰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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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3 20:50 2010/01/03 20:50
RaTioNaL SkeTch. l 2010/01/0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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