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지성'이라는 부제가 정말 딱 어울리는 지식ⓔ 4번째 시즌이 나왔다. 지식ⓔ이가 괜찮음을 넘어 '양서'의 자격을 갖춘 책임을 이미 나의 글방에서 밝힘바 있다. (http://www.ddawoori.com/entry/지식에도-감정이-있다) 그 책의 4번째 시즌도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책은 좋고 나쁨을 또 얼마나 좋은가를 따지는 것은 너무 무의미한 일인 것 같아 책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김연수 작가님'의 서문을 소개하도록하겠다.
무용해 보이는 그 모든 상상들이 이 세계를 바꾼다
김연수, 소설가
궁금한 건 이런 질문들이다.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언제 우리는 조금 더 강해지는가?
기륭전자 노조농성 1,040일째 되던 날, 한 여성조합원이 이 질문에 대답한다.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그 동안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단신, 삭발, 삼보일배, 고공투쟁, 노숙투쟁을 진행하면서 비정규직의 설움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잠녀 할머니가 대답한다.
'스킨스쿠버? 그게 있으면 한 사람이 백 명 일도 할 수 있다며? 근데 그렇게 하면 나머지 아흔아홉은 어떻게 되나?'
그러니까, 연약해 보이는 그 모든 것이 힘이다. 외롭고 고통받고 슬퍼한 뒤에 우리는 조금 더 강해진다.
나는 '올바른 세계'가 가능하다고 말하지 않고,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대신에, 외롭고 고통받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짓밟는 자들은 언제나 틀렸다고 말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세계는 그들이 규정한 세계다.맞다, '그들'은 언제나 틀렸다. 하지만 이 '세계'가 틀렸다고 말하지 말자. 대신에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고 말해보자. 우리를 꿈꾸게 만드는 건 역설적으로 이런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세계이니까. 그리하여 외롭고 고통받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어둠속에서 울면서 꿈을 꾼다. 깃털처럼 부드럽고 연약한, 흐르는 물이 꾸는 꿈을, 그런 꿈이 다른 세계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전쟁에서 왼손을 잃어버린 레판토의 외팔이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 남은 오른손으로 글을 쓰는 거야!"
그렇다면 남은 오른손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에 하루 종일 안경알을 깎고 또 깎았던,네덜란드의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비록 불확실할지라도 온 힘을 다해 길을 찾으려 애쎴다." 온 힘을 다해 길을 찾으려 애쓰는 한, 우리는 우리 안에서 외로움과 고통과 슬픔을 발견하게 된다. 비로소 그때 다른 세계는 다시 한 번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 안의 외로움과 고통과 슬픔을 통해 이웃의 외로움과 고통과 슬픔을 눈뜨게 되면서.
이 책은 남은 것들, 여분의 것들, 제외된 것들을 바라보는 일이 곧 지식이라고 말한다. 해고된 비정규직, 나머지 아흔아홉 명, 그리고 남은 오른손을 생각하는 일. 그들에게도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은 남아 있다고 상상하는 일. 그 정도의 생각과 상상만으로 다른 세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는 책.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다운 책이다. 연약해 보이는 그 모든 것이 바로 힘이 되듯이, 무용해 보이는 그 모든 상상들이 이 세계를 바꾸리라.
지폐는 두 손으로 찢으면 그냥 찢어지는 종이에 불과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게 만 원이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그 연약한 종이로 쌀을 살 수 있다. 그리고 그 쌀이면 우리는 내일 굶어죽을 수 있었던 한 아이를 살릴 수 있다. 지식은 돈과 같은 것이다. 모두가 상상할 때, 우리의 지식은 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쌀을 나눠줄 때, 비로소 미래는 바뀐다. 외롭고 고통받고 슬퍼하던 한 아이가 사라진 세계에서 그 아이가 여전히 살아 있는 세계로, 이게 세상을 바꾸는 가장 혁명적인, 그리고 가장 오래된 방식이다. 그러니 상상하자. 이뤄질 때까지 상상하자.
그리고 남은 오른손으로는 글을 쓰자.
김연수 작가님에게는 오른 손의 세상에서도 끊임없이 '다른 세상'을 꿈꾸며 남은 것들, 여분의 것들의 고통 슬픔 외로움을 걱정하며 상상의 끊을 놓지 않는 것, 그리고 그 것들을 자신의 글에 담는 것 만으로도 '상상만으로 부족한 무언가'를 채울 수 있는 스스로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그의 글은 한국에서 꽤나 영향력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사랑하고 있으니, 결국 그에게는 글 쓰기 자체가 상상의 부족함을 채울 행동이 되는 것이다. 나도 김연수 작가님처럼 나름의 표현 방법인 글 쓰기를 행동으로 여기며 내 생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난 김연수 작가님과 같은 영향력도 글 재주도 깊은 생각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좀 심하게 말하면 내 글이 대한민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유효자리 숫자를 차지하지 못한다.
무심코 본 sbs드라마 '시티홀'에서 시청의 국장급 공무원인 이정도(이형철 분)의 말이 나에 머리를 새하얗게 했다. '말로 비아냥 거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거든요...'
어쩌면 세상에 대한 불만, 불평등, 그들이 만든 틀린 것들에 대해 누군가 처럼 삭발을 한다든가, 전경 앞에서 문선을 한다든가의 용기는 나에게는 없다. 그냥 이 글, 그리고 나와 생각을 같이 하는 이들의 강연을 듣고 토론에 참가하는 것이 나에게는 한계점이다. 참으로 소시민적인 변명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좆같은 건 내가 성공해서 바꾸면 된다.'라는 게 내 방침이다. 밑에서의 아우성은 잘못 된 것을 바꾸기도 힘들뿐더러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도 길다. 나에게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너 그 자리 가서도 안 변할 자신 있니?' 지식ⓔ-시즌 4는 머리 속에 잡동사니들을 죽방 길처럼 또 길다랗게 늘어뜨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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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가 서문쓰면 책 수준이 올라가나 ㅋㅋ 다 돈받고 하는건데
2009/05/11 20:41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맘에 안들고 성에 안차는 책의 서문을 쓰진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김연수가 책이 표현하고자하는 방향으로 서문을 잘 썼다고 생각해서 난 감동받은거다.ㅋ 아~ 니눈은 기본적으로 삐둘어 져 있다.ㅋㅋㅋㅋ